마린보이 ('보이'는 있는데 '마린'이 부족했어)

보고 2009/11/24 17:35
그냥 흐르는 스토리였어. 도박하다 마약 운반책이 되는 김강우, 마약 장사 하는 조재현, 조재현한테 배신당했던 이원종, 그리고 여자 하나 박시연. 조재현을 축으로 연결되어 있는 관계인데, 그래도 젊은 애들끼리 붙어서 결국 젊은 애들만 해피엔딩.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니라 배신자라는 반전을 몇 개 던지는 정도라서 '재밌네'라는 생각보다 '그렇군' 정도로 끝나버리는 게 한계였지. 그래도 조재현 만으로도 꽤 괜찮았다고 할 수 있지.

중년(?)의 배우들은 스타일이 고정되버려. 안성기가 대표적인 예야. 어느 영화에 들어가도 그냥 안성기 스타일이 나오기 때문에 영화 자체의 스타일을 잡아먹는 편이거든. 조재현도 카리스마 있는 악역이거나 사투리를 쓰는 무뚝뚝 남자 스타일로 고정되는 경향이 있지. 그래도 안성기 보다는 좀 덜 해. TV 드라마에서 쌓았던 멜로의 이미지가 아직도 꽤 강하게 남아있는 편이지.

김강우는 몸 많이 만들고 찍었더라. 예전 식객에서는 주인공으로서 관객을 끄는 매력이 하나도 없었는데 마린보이에서는 업그레이드가 좀 되었더라구. 대충 70점 정도는 받을 만했어. 하지만 마지막 즈음에 총을 앞에 둔 긴박한 상황에서 똥꼬에 숨겨두었던 마약을 싸는 장면은 두고두고 욕먹을 장면이 될꺼야. 도대체 웃으라고 넣은 장면인거야?

박시연도 굿에 가까워. 일단 몸이 좋아. 노출이 많지 않아서 아쉬울 정도로 말이지. 다만 박시연은 외모나 몸에서 스스로 풍기는 캐릭터가 있어. 약간 도도하면서 섹시한 또는 악역에 가까운 그런 이미지가 강해. 그래서 훌쩍거리는 연기나 사랑에 목을 매는 연기를 할 때면 바람빠진 풍선처럼 긴장감이 사라져. 연기 변신이 쉽지 않을 듯 해.

이원종은 뭐 항상 그렇지. 동일 패턴이 자꾸 반복되는 거. 배우는 자기 색이 너무 독특하거나 고정되버리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말이지. 까놓고 얘기해서 가장 인상적인 배우를 꼽으라면 처음의 도박장 장면에서 김강우를 오링내버리는 최정우였어. 한 장면이었지만 연륜에서 나오는 연기가 인상적이였지. 참 눈에 익다 했는데 찬란한 유산에서 변호사로 나와서 회사를 가로채려던 그 배우더라.

좀 이해 안되는 건 박시연에 대한 조재현의 감정이 남녀간의 사랑도 아니고 친구 딸에 대한 애정도 아니고 참 모호했어. 반전이라는 것도 '오해'라는 컨셉으로 대충 넘어가버리고, 그 '오해'도 아름다운 사랑으로 덮어버리더만.

마지막에 김강우랑 박시연이 룰루랄라 행복하게 지내는 건 좀... 한마디로 영화라 이거지. 영화니까 이렇게 끝나야 한다는 거지. 무난하게 말이야.

전체적으로 보는 사람이 더 창피할 정도의 아쉬운 장면들 몇 개를 떨어내고, 박시연이 좀 더 화끈하게 벗어주고, 그럴듯한 바다 속 액션 장면이 보강되었다면 흥행에 꽤 성공했을 영화라는 생각이 있어. 그래봐야 이미 지나간 버스이긴 하지만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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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점점 말랑말랑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거의 대부분 부정적으로 까칠하게 까대던 그가 점점 긍정적인 면들을 보기 시작했다. 그도 모난 삶을 계속 살기란 결코 쉽지 않은 것이었을 게다. 그래서 앞으로 좀 더 기대해 볼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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